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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5. 10:45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볼 때 ‘기대치’에 따라 만족도는 크게 달라진다.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보면 아무런 정보 없이 볼 때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주거나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책은 확실히 특별함이 있다.


책과 영화의 동시 성공으로 엄청난 기대감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마션>의 경우 그 ‘기대 이상’ 을 보여줬고, <오베라는 남자> 의 경우 기대했던 만큼 정도의 재미를 준 것 같다. 반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은 높은 기대치 때문이었는지 생각만큼 엄청난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물론, 재미있게 볼 정도는 됐지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는 기대치가 거의 없었다. 여러 평가들을 흩어봤을 때, 괜찮다거나 별로라는 평가들이 많고, 아주 재미있고 훌륭하다는 평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대부분의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작가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보다 못하다는 것.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이 약간 재미있는 정도 (평점으로 치면 7/10 정도) 였기 때문에, 그것보다 못하다면 ‘꼭 봐야하나?’ 를 고민할 시점이었다. 이런 책은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 보는 책이고, 그 부분에서 만족을 주지 못하면 볼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기대치가 매우 낮았기 때문일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는 오히려 전작보다 더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 스타일과 소재까지 거의 비슷하게 자기 복제를 한 소설이었고, 주인공 케릭터의 매력이 전작에 비해 훨씬 못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꽤 높았다. 

두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하는 초반부는 여자 주인공 쪽 스토리에 비해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 스토리는 살짝 지루하고 무쓸모(…) 였지만, 여자 쪽 진행이 워낙 흥미진진해서 꽤 긴 분량이 술술 넘어갔다. 둘의 이야기가 합쳐진 후로도 재미와 황당함은 괜찮았는데,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작에서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온 반복된 스타일에 지치기도 하고, 마무리가 좀 늘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냉소적이고 황당한 유머로 초반부터 강력하게 달려 나가는 소설이다보니, 그 전개의 힘을 계속 유지하는게 확실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점점 더 황당해지다가는 케릭터나 스토리가 다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계속 같은 톤을 유지하면 자극이 점점 낮아져서 지루함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과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모두 완급 조절을 꽤 잘 유지한 것 같다. 둘 다 마지막에 살짝 지루해지기는 해도, 두꺼운 두 소설 모두 책이 붕괴되는 일 없이 적당히 마무리 되었으니.

요나스 요나손의 다음 책까지는 일단 읽어볼 것 같다.
새로운 책은 부디 기존 자기 소설들의 자기 복제가 아닌 또 다른 참신함으로 나와주길 기대한다.

2번까지는 재미있어도, 3번은 너무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