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2. 02:44
[드라마]
제가 일본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쓸 때 종종 하는 얘기가, 시청률의 사나이 '키무라 타쿠야'의 드라마는
무조건 믿고 볼만하다는 것과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여자 주인공'에 많은 영향(99% 쯤 됩니다. 나머지 1% 는 작품성, 재미, 감동, 스토리 등등) 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선택할 때에도 비슷하게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사극의 제왕 이병훈 PD 의 드라마인가 하는 것이죠. 허준, 상도, 대장금 등 이병훈 PD 의 사극에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매번 비슷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 말고도 미션 사극(어떤 문제가 계속 주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캐 고생하는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미국 드라마식 연출 방식이 극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확실히 이병훈 PD 가 연출한 드라마의 몰입도는 단연 최고입니다.
또 한가지는 역시 여배우 입니다. (당연한거잖아요? 님들은 안그러세요?-_-)
제가 블로그에 자주 언급했던, 단군 이래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한가인, 그리고 최근 아이리스의 쉬운 여자 김태희 등이 제가 보는 역대 한국 최고의 미녀 배우이긴 하지만, 사실 저는 그 두 명이 등장한 드라마는 한 편도 본적이 없습니다. 예쁜 것과 배우로 선호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죠.-_-;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하지원' 입니다. 다모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후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차곡 차곡 쌓인 신뢰감과 매력은 점점 커졌습니다. 내 사랑 싸가지를 봤음에도 말이죠.
다행이 내 사랑 싸가지는 장나라의 오 해피데이 수준은 아니었거든요. 오 해피데이를 본 후 장나라와저의 관계가 상당히 소원해진 후로 아직까지도 회복이 안되고 있습니다. (...)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바로 이산의 여주인공인 한지민과 박은혜입니다. 특히, 한지민의 경우에는 배우로도 좋아할 뿐 아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직립 보행을 시작한 후로 가장 예쁜 여자가 한가인이더라도, 제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외모와 가장 좋아하는 외모는 차이가 있죠. 그야말로 한지민은 좋아하는 제 이상형의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장금에서의 의녀 '신비' 나, 이산의 다모 '송연' 의 모습처럼 사극에서 나올 때가 유난히 더 마음에 들지만, 카인과 아벨에서의 털털한 모습도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저 지금... 고백하고 있는건가요-_-;
박은혜는 대장금 이후로 이산에서 다시 봐도 너무 너무 너무 착한 얼굴입니다.
보통 남자들이 '착한 얼굴'이라고 하면, "넌 예쁘거나 귀엽지는 않은데, 착해보여..." 라는 뉘앙스가 좀 강한 것 같은데요, 박은혜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말 착한 얼굴입니다. 대장금 당시(혹은 그 전의) 박은혜 별명이 한국의 왕조현이었을 정도로, 청순하면서 아름답고 예쁘면서 '착한 얼굴' 을 가졌습니다.
대장금에서 계속 구박 받으며 눈물을 흘리다가, 왕에게 성은을 입고 후궁이 됐을 때, 정말 제가 왕에게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을 정도로 기뻐했었는데... 이산에서는 무려 처음부터 '중전'으로 등장합니다. 대장금에서 '약하고 착한' 이미지였다면, 이산에서는 '강하고 착한' 이미지입니다. 원래 단독 여 주인공이 성송연을 연기한 한지민이었는데,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박은혜의 비중이 커져서 여주인공 처럼 되었다고 하던데, 그럴만 하더군요. 완전 케릭터 제대로 잡고 나왔습니다.
여배우 얘기를 했더니, 글이 끝이 날 것 같지가 않아요.
이쯤해서 한지민 얘기를 다시 시작하면, 아마 이 글은 101 편의 연재글이 될겁니다.-_-;
주인공은 이산 이서진인데, 이제 그 이름이 등장했군요.
이 사람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_-;
하지만, 드라마 이산은 주인공이 이산 같지가 않습니다.
본격적인 주인공은 바로 '홍국영'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갈량 같은 책사로 등장해서 계속 적에게 당하기만 하던 정조를 구해주며, 왕과 나와의 시청률 전쟁에서도 이병훈 PD 를 구해줬던 홍국영은 그 공을 인정 받은 것인지 대단히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케릭터로 대단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산 정조가 아니라 홍국영이 주인공 같았거든요.
(이서진의 이름은 또 다시 안드로메다로...-_-;)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아역 배우들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볼까요?
대장금이 그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은 '음식'을 소재로 했다는 탁월한 선택도 있고, 한상궁으로 등장한 양미경씨의 카리스마가 너무나 폭발적이엇던 것도 있고,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가 여주인공 역을 꽤나 잘 한것도 있습니다만, 초반 아역 배우들이 시청률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려, 국민 드라마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었죠. 특히, 여주인공 조정은 양은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이산에서도 아역 배우들의 연기(및 외모)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산역을 맡은 박지빈 군은 연기가 좋을 뿐 아니라, 외모도 어쩐지 이서진과 닮은 것 같구요.
성송연 역을 맡은 송선영 (이름도 비슷해) 양은 이 나이에도 예쁘지만 크면 더 예쁠 것 같은 기대감이...
(근데 그 이후로 크게 뜨지는 못했나봅니다. 박지빈 군은 검색해보면 정보가 나오는데, 송선영 양은 별 다른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다만, 박대수 역을 맡은 권오민 군은 성장 후 이종수와 외모에서 차이가 좀 많이 나는 편이라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왕과 나라는 강력한 경쟁작이 먼저 시작한 점도 있고 (더구나 대장금의 양미경씨와 조정은 양도 왕과 나에 출연) 음식이라는 특별한 소재(미술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가 없다보니까 초반의 몰입도는 대장금에 비해서는 좀 부족합니다. 위태로웠던 시청률을 홍국영이 반전시키지 못했다면 77회까지 연장 방송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말이 나왔으니 대장금과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겠죠?
워낙 이병훈 PD 의 사극은 원래 나왔던 인물들이 계속해서 출연을 하는 편인데,
(예를 들어 이순재씨만 해도 허준-유의태, 상도-송방 총수, 이산-영조 등)
유난히 대장금과 이산에 대한 비교가 많은 것은 그만큼 대장금의 인상이 깊었기 때문일 겁니다.
워낙 거기서 배역들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그 이후로 그 배우들이 다시 등장한 이산은 대장금 2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죠.
대장금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산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병훈 PD 특유의 미션 사극 포멧에 대장금이 더 잘 맞을 수 밖에 없죠.
더구나 대장금은 역사적인 사실이 '대장금(여자인지 남자인지 조차 불명확한)' 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밖에 없는 완전 창작물인 것에 비해서, 이산은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창작의 자유도를 만끽하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대장금에서는 이영애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이산에서는 주인공 정조 뿐 아니라, 영조와 대비마마, 그리고 홍국영과 효의왕우 등 많은 인물들에게 분산 될 수 밖에 없었죠. 그만큼 시청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작가의 부담도 같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산의 업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권력 투쟁만 하다 끝났다는 비판도 많이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77화에서 그 정도 정리를 한 것도 다행입니다.
다만, 후반에 등장한 정약용을 좀 더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홍국영의 그림자가 커무나 컸기 때문에, 그가 귀향을 간 이후에도 잔상이 심하게 남아 있었죠.
정약용 케릭터 자체는 홍국영에 못지 않게 매력적이긴 했지만, 남은 분량이 너무 적었고 작가가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어요.
정조역의 이서진은 괜찮았습니다. 정조라는 어려운 케릭터를 그만큼 소화한 것만도 다행이죠.
77화라는 긴 드라마의 주연을 맡을 자격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조역의 이순재씨는 뭐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한국 최고의 배우 답습니다.
대사도 상당히 많고, 비중도 상당했는데 그 연세로 그 것을 다 소화해내시다니 정말 최고...!
한지민의 경우 연기나 비중도 괜찮고, 정조와의 로맨스도 괜찮았지만,
대장금의 차기작에 출연했다는 것이 독이었습니다. 분명, 이산은 정조 이서진이 주인공이고, 한지민의 경우에는 여주인공이긴 하지만 로맨스 외에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위치였습니다. 그래도 도화도의 화원이라는 것을 살려서 최대한 비중을 살려주려고 노력은 했지만, 드라마를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은 이산 - 홍국영 - 정순왕후 일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대장금의 차기작으로 '이영애 급'의 활약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보기에 한지민의 활약은 보잘것 없을 수 밖에요.
그래도 이산은 상당히 성공을 했고, 대장금에 이어 이산에서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사극의 여인으로 자기 존재는 충분히 증명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무엇보다도 저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_-;
이산은 '정치', '권력' 드라마였습니다.
상대쪽 브레인 정후겸 |
대장금에서 홍리나가 있다면, 이산에는 성현아가~ |
시작부터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인정 받지 못하는 세손 이산이 권력을 얻기 까지의 분투를 그리고 있고, 왕이 되어 그 권력을 얻은 후에도 계속되는 도전에 대응하는 스토리를 보여주었죠. 그 과정에서 홍국영의 존재가 부각되기도 했구요.
사극 뿐 아니라 많은 역사 드라마, 혹은 그냥 보통의 시대 드라마에서도 보는 내용이고,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하는 부분이지만, 도대체 '권력'이 뭐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미친듯이 권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심지어 악행도 서슴치 않고 행하는 것일까요? 또, 확고한 신념과 목표가 있던 사람들도 권력을 얻었을 때에는 왜 변하는 것일까요?
끝 까지 변하지 않는 인물들... |
저는 당연하게도 권력을 얻어본 적이 없어서, 이해가 안될 뿐 아니라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권력을 얻으면 돈과 명예가 따라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돈보다도 그 근본적인 권력이라는 것 그 자체에 미치는 듯 합니다.
역사적인 사실과는 좀 다를지 몰라도, 왕의 전적인 신뢰 뿐 아니라 사랑을 독차지했던 홍국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권력에 대한 집착의 허망한 끝을 보여준 것은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얻은 성과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그걸 봤다고 사람들이 권력 따윈 필요없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어차피 시청률과 광고에 영향을 받는 드라마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거나, 엄청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이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거나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정조라는 왕을 조명하고, 그 업적을 소개하고, 또 홍국영과 여러 인물들의 권력 투쟁을 통해 권력의 허무함을 다루었다는 점에 있어서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웃는 모습이 섹시한 홍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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