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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5. 01:44
드디어 로스트 완결을 봤습니다. (이 글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내 잃어버린 6년을 돌려달라는 절규부터, 역대 미국 드라마 최고의 엔딩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실 J.J.Abrams 의 앨리어스(Alias)가 끝없이 쏟아낸 떡밥을 정리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겨우 종영을 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로스트까지 제대로 완결을 못 시킬 경우 분노한 시청자들이 J.J.Abrams 를 6년간 섬에 가둬버릴 기세였어요. 다행이 지금까지 아브람스는 무사하고, 심지어 차기작까지 준비중인 것을 보아서 엔딩에 대한 반응은 그럭저럭 호의적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용두사미는 시즌을 계속 이어가는 미국 드라마들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엄청난 설정으로 등장해서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시청률로 인해서 종영되는 드라마가 얼마나 많습니까. 존 도, 데드존, 4400, Kyle XY 는 물론이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Heroes 나, 작년 ABC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Flash Foward 같은 드라마들도 그냥 진행되다가 말고 종영이 되어버렸죠. 그에 비하면 로스트는 정말 아름답게 드라마를 종결지었습니다.

물론, 수 없이 던진 떡밥들 중 상당수가 해결이 되지 않았으나(로또 번호는 대체 뭐였단 말인가?-_-;), 영리한 엔딩을 통해서 그 떡밥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SF/오컬트 스릴러였던 로스트가 최종 시즌, 최종 화에 이르러서는 로맨틱 휴먼 드라마로 바뀌었거든요.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였으면 이런 쟝르 파괴는 시청자의 원성을 듣기 마련일텐데, 로스트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제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예상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영리한 엔딩을 통해서, 떡밥 보다 캐릭터 자체가 더 중요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서 보는 사람(저희 가족)들이 추억과 감동을 느끼면서, '떡밥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라는 기분이 됐거든요.

로스트는 프리즌 브레이크 처럼 13화로 구성되어 있던 스토리를 4시즌에 걸쳐서 억지스럽고 힘겹게 늘려간 것이 아니고, 애초에 상당히 섬세하고 치밀하게 스토리를 짜놨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중간에 스토리와는 거의 상관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캐릭터 과거 장면들이 시청자들을 지쳐 나가 떨어지게 만들었지만, 6시즌이 완결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조차 의미가 있는 에피소드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5~6 시즌은 아주 흥미롭고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스피디한 진행이었다고 보거든요.

로스트는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의 인간 관계) 드라마였는데, 누구 하나만 뽑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월드스타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 김윤진씨를 비롯해서, 주인공이었던 잭과 케이트, 소이어, 헐리, 사이드, 클레어, 로크, 찰리, 벤자민, 쥴리엣, 그리고 후반에 강렬한 인상을 줬던 제이콥과 마일스 등등...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각자의 매력을 과시하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고, 작가들의 능력도 대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떡밥이 드라마의 종결과 함께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겨지게 되었지만, 이 정도 마무리로도 저는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어쩌면 로스트 마지막 에피소드 'The End' 는 한 번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어요. 6년간의 즐거움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지만, 홀가분하고 가슴 따뜻한 그런 느낌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