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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8. 01:06
69라고 하면 즐거운 상상을 펼치는 분들이 많을텐데, 무라카미 류 소설 제목 "69"는 1969년을 의미합니다. 안타깝지만 야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이 시점에서 이미 이 책을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 소설 꽤 재미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감명깊게 읽은 후 일본 소설에 필이 꽂혀서, 하루키와 이름도 비슷하고 예전부터 한번쯤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의 저자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중2병> 걸린 고등학생 들이 나와서 끝없는 허세를 보여주기에 '이게 대체 뭔?'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사건이 전개되어 "혁명"을 일으키고, 또 그 혁명이 "발각"되고, 다시 "페스티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흥미진진합니다. 

예전 PC통신 하이텔 시절 유머란에서 글을 쓸 때, 평소에 "계"씨로 구설수에 오르는게 항상 피곤했던 저는 어디선가 주어들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블루>를 필명으로 사용 했었죠. 그러면서 글 끝 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라고 남기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유머글 끝에다가 저런 문구를 남겨놨던 것 자체가 허세이고 중2병 같은 행동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허세가 넘쳐나는 "69" 의 작가 무라카미류와 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 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상당히 야한 소설이라는 점이죠. 일본 소설이 기본적으로 좀 야한 것 같아요. 선진국의 문화는 이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하루키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면, "69"는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 실존 인물이고, 사건들도 대부분 실제 사건이라고 하네요. 그 허세가 다 실제였다니(부왁!) 몹시 피곤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래도 그 때는 고등학생들도 <허세>로 보일지언정 뭔가 철학이 있거나, 철학은 아니더라도 그런(이상 같은) 것을 추구하거나 열망하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의미있게 봐주는 그런 경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시대는 돈이 중요하고, 그게 아니면 연예계 소식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어떤 고등학생도 <혁명>이니 <철학>이니 <문학>이니 이런 것을 얘기하지 않죠. 수능 점수를 고민하거나 인던 공대에 어떤 직업이 인기가 있는지를 고민하겠죠.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후에는 염세주의에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을 느꼈는데,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고 난 후에는 당장 회사에 가서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쩐지 "말죽거리 잔혹사"를 봤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위에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라는 표현은 "69" 에서 작가가 수백번 써먹는 표현입니다. 작가 본인이 이 소설만큼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을 다시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런 장난스러운 표현이 계속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썰렁하게 이게 뭐야?' 라는 느낌이었다가, '계속 나오니까 익숙해지네' 라는 느낌이었다가, '그래도 그렇지 너무 자주 나오잖아!' 라는 느낌이었다가, 결국은 아예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한번 써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좀 후회가 되긴 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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