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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7. 22:46




감독 : 론 클레멘츠 / 존 머스커
목소리 : 애니카 노니 로즈 / 존 굿맨 / 키스 데이빗
장르 : 애니메이션
등급 : 전체 관람가
시간 : 98 분
개봉 : 2010-01-21


추억이라는 것은 무엇이든 실제보다 더 아름답거나 더 좋은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어렸을 때 짝사랑 했던 소녀를 떠올리면 괜히 애틋해지고, 현란하고 멋진 최신 게임보다 어렸을 때 즐겼던 시시한 게임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고, 남들은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해도 어렸을 때 맛있게 먹던 떡볶이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구멍 가게를 다시 찾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추억의 힘이죠. 저도 어렸을 때부터 맛있게 먹던 스팸과 동원 참치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도 1주일에 1캔씩 먹고 있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큰 추억을 남겨준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디즈니의 에니메이션입니다.

클래식만 듣던 저에게 가요의 세계를 열어준 서태지와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덕분에 SS501, 동방신기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소녀시대도 알게 됐잖아요!^_^ (좋단다...)

학창 시절 저는 근거도 없이 반항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 반항적일 뿐 반항적인 행동이라고는 술/담배는 커녕 노래방 조차 안갔던 (학생이 그런 곳을 어떻게가요?!-_-) 저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자유 분방함 그리고 교실 이데아를 통해 외친 비판은 대리 만족으로 크게 와 닿았습니다. 아마, 학교 자체를 싫어했다기 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공부 (프로그래밍이라던가)를 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이 불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더 큰 추억은 바로 월트 디즈니의 셀 에니메이션들입니다. 서태지의 등장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인어 공주를 시작으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뮬란, 타잔 등으로 이어지는 그 환상적인 셀 에니메이션 전성 시대를 완벽하게 즐겼던 저는 그 추억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3D 시대가 열리면서 픽사의 에니메이션들이 예전 디즈니의 감수성을 이어 받아 아름답고 따뜻하고 즐겁고 유쾌한 스토리를 최고 CG 기술로 멋드러지게 표현해주었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

전성 시대의 2D 에니메이션들은 뮤지컬 스타일 에니메이션의 궁극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어 공주에서 세바스찬이 'Kiss the girl' 을 부르던 장면,
미녀와 야수에서 촛대가 'Be our guest'  를 부르는 장면이나, 주전자가 'The beauty and the beast' 를 부르는 장면,
알라딘에서 알라딘과 쟈스민 공주가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며 'A whole new world' 를 부르는 장면 등 생각만해도 감동이 벅차오르는 그 영상들은 모두 뮤지컬 스타일이기에 가능했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러블, 최근의 Wall E, 그리고 UP 까지... 모두 기발하고 창의적인 스토리에 감동과 유쾌함을 듬뿍 담아낸 명작들이 분명하지만, 셀 에니메이션 시대의 그 명장면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디즈니에서 셀 에니메이션을 포기했을 때 정말 아쉬웠었습니다.
이제 그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은 어렵겠구나 싶었지요.
'나의 소녀 같은 감수성은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끝낼 때도 됐긴 됐지 싶지만...-_-;)

그러나, 픽사의 영웅 존 라세티가 월트 디즈니사에 들어가면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디즈니의 생명은 셀 에니메이션이고, 그래서 셀 에니메이션을 부활 시키기로 결정한 것이었죠.

그 첫 작품이 바로, 뉴욕 타임즈가 2009년 최고의 영화로 뽑은 '공주와 개구리' 입니다.

공주와 개구리는 '개구리 왕자' 스토리를 모티브로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어떻게 보면 '슈렉'에 가까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드림웍스와 디즈니가 추구하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죠. 슈렉이 패러디를 통한 '유머'에 중점을 두었다면, 공주와 개구리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예전 그 '뮤지컬' 스타일로 말이죠!


딥 캔버스 기법으로 셀 에니메이션에도 CG 가 들어갔음을 화려하게 알렸던 타잔 때와는 다르게 공주와 개구리에서는 CG 사용했다는 것을 그렇게 뽐내지 않습니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나 화면 연출에서도 최대한 셀 에니메이션의 느낌을 잃지 않고 있죠. 그만큼 픽사의 3D 에니메이션과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디즈니의 조연 케릭터들은 최고의 큐피트들. 분위기 만들어주는 능력이 최상급이다.


디즈니 에니메이션 최초로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주목을 받았었는데, 초반 이후로 개구리가 되서 끝날 때까지 개구리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카혼타스나, 뮬란에 이어 백인 외의 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은 긍정적이네요.

소녀시대 같은 다리를 가진 개구리 아가씨. 개구리도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디즈니의 셀 에니메이션들은 조연 케릭터가 주연보다도 더 중요할 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노래 잘 부르는 조연 케릭터들의 매력이 빛났습니다. 로맨틱 반디불  레이나 재즈 연주 악어 루이스 같은 캐릭터들도 예전 에니메이션에 못지 않은 즐거움을 안겨줬습니다. 다만, 놀라운 것은 조연 케릭터가 죽는 것은 예상을 못했어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슬퍼서 울뻔 했네요.-_-;

이런 악어라면 한 마리 키우고 싶다. 반디가 싫어하려나?


디즈니의 뻔한 가족 또는 연인의 '사랑'에 대한 애착이 여전했지만, 그것을 또 디즈니처럼 즐겁고 따뜻하게 표현하는 제작사도 없어요. 거기에 좋은 음악까지 포함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지요. ^_^;

딸에게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루라고 압박을 가하는 아버지... 그것을 참지 못한 딸은 아버지를 독살 하려는 계획을... 아 이거 아닌가?-_-;


전체적으로는 '미녀와 야수' 때의 느낌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예전의 느낌을 잘 살렸고, 덕분에 추억의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죠.


처음 제작이 발표됐을 때 부터, 1년을 기다려 왔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음악도 너무나 좋아요. ^_^;
아마 별 이변이 없는 한, 2010 년 최고의 영화는 [공주와 개구리] 1위 예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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